[필향만리] 誾誾 行行 侃侃 (은은 행행 간간)
『논어』에는 제자들이 공자를 모시는 태도에 대한 기록도 많다. 스승을 모실 때 민자건은 온화했고, 자로는 실천적이었으며, 염유와 자공은 강직했다. 제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공자는 즐거워했다(樂). 혹자는 원문이 ‘즐거울 락(樂)’이 아니라 ‘자(字)’였을 것으로 여겨 각각의 태도에 맞게 ‘자(字:관례 때 지어주는 또 하나의 이름)를 지어주셨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은은(誾誾)’의 ‘誾’은 말소리(言)가 문(門) 안에 있는 형상의 글자이니 조용하고 온화한 태도를 표현한 말이고, ‘행행(行行)’은 글자 그대로 행동으로 실천함을 묘사한 말이다. 간간(侃侃)은 대개 ‘신(信)+천(川:내 천)’으로 구성된 글자로 여겨 ‘믿음이 냇물처럼 이어질 정도로 강직하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각기 특성과 장점이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스승 공자의 따뜻한 눈길이 느껴지는 구절이다. 다만, 공자는 자로가 지나치게 행동적인 점을 보면서 제명에 죽지 못할까 봐 염려하기도 했다. 장점이 넘친다면 그 장점을 잘라다가 단점을 보완하는 ‘절장보단(折長補短)’의 노력으로 세 제자의 장점인 은은, 행행, 간간을 다 갖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구절을 쓴 서예작품을 걸어두고 보면서 늘 그 뜻을 음미하면 도움이 되리라.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NYT 피아니스트 스승 공자